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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 해당하는 글1 개 |
2006/08/11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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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활 |
2006/08/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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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근래에 두 건 정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재빠르고 교묘하게 인터뷰를 당했다.
첫번째. 이삼 년 전 대학로 벤치에 앉아 있는데 EBS 라디오 작가라는 사람이 휴대용 녹음기를 들이대면서 인터뷰를 청해 왔다. 그녀는 당시 개봉한 어떤 영화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난 아직 안 봤다고 대답했다. 당혹스러워 하는 그녀. 그럼 그 영화의 여주인공이 나온 다른 영화를 본 적은 있냐는 질문을 했다. 본 영화였다. 뜬금 없는 인터뷰 요청에 당황했지만, 피할 이유도 없는지라 차분히 대답을 준비했다. 그러니까... 내가 할 대답을 생각했다.
2초 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 영화는 이러저러해서 좋았던 혹은 싫었던 영화였다, 라는 식으로 얘기해 주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제시한 문장은 그 영화의 전체 컨셉트였다. 짧은 인터뷰에 그 얘기를 빼면 뭘 말하라구.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내 생각을 알고 싶었다기 보다,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답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얼른 녹음해서 넘기고 싶었던 거다.
방송일이 그리도 팍팍했던 걸까. 내가 대충 얘기한 걸 녹음하자마자 짧은 인사를 남기고 잰 걸음으로 떠났다. 다른 사람을 찾아, 정답을 말해주는 또다른 성우를 찾아 떠나는 것 같았다. 나는...뭐랄까... 후딱 '해치워진'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두번째. 2004년 가을께였나보다. 지하철 무가지인 모 신문 기자가 홍보팀을 통해 '취업 성공기'를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했다. 편안한 자리에서 잡담하듯 시간 보내면 된다는 홍보팀 직원의 말에 별다른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대단한 일을 해 내서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 가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옷은 단정히 입고 갔다.
그 기자와 홍보팀 직원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한겨레 문화센터의 직장인 대상 PR 과정을 같이 수강하면서 알게 된 사이였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인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그 강좌의 성격상 강의보다 뒤풀이가 더 중요했다고 알고 있다. 뒤풀이를 통한 네트워킹의 위력으로 내 얘기가 신문에 실리게 된 거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뭐가 잘났다고 인터뷰를 했겠는가. 그냥 기사거리 찾다가 아는 동생한테 쓸만한 케이스 없냐고 물어봤을테고, 아는 동생은 평소 알고 지내던 신입사원 한 명을 추천한 거다. 그 해 여름 어떤 행사 뒤풀이에서 내가 던진 조크 몇 방이 홍보팀 직원의 뇌리에 박혔던 것 같다. 그날따라 내 재치는 고기집과 호프집을 휘저었더랬다. 날 몇 번 본 적 없는 홍보팀 직원은 나를 무척이나 재미있고 감각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버렸고, 내가 있는 부서 업무의 희소성과 내 입담을 믿고 아는 언니에게 추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뷰 자리는 부담없이 놀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기자와 홍보팀 직원은 연신 깔깔 웃으며 분위기를 돋웠지만, 나는 점점 차분해져만 갔다. 인터뷰 주제가 취업 성공기이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하고 있던일. 당시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던 일. 인터뷰 하기 바로 전까지 하던 일. 그야말로 다채로운 업무가 있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다바리 업무였다. 입사한지 일년 정도 된 사원이 할 수 있는 업무란 게 별다를 게 있겠는가. 나는 '98%를 먹여 살리는 뛰어난 2%'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던 일과 조직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그래도 속내를 다 드러낼 수는 없는지라, 한 단계 여과된 표현으로 질문에 답했다. 당연히 추상적인 개념어들이 난무했다. 어디 경영학 교재의 쳅터 개요글을 읽는 것 같았다. 너무 당연한 얘기들만 나와서 글 읽는 학생들의 힘을 빼는 글 말이다. 건조한 답변이 계속되자 기자와 홍보팀 직원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부터 내가 한 말에 대해 기자와 홍보팀 직원이 정리해서 이 말이 맞냐고 되묻는 형식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내가 무슨 한정치산자라도 되는가. 그런 식의 인터뷰는 싫었다. 난 날것 그대로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진짜 인터뷰가 시작됐다.
인터뷰는 계속됐다. 하지만, 분위기는 축 처졌다. 내 답변은 결코 '성공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취업은 했으나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어느 신입사원의 절규였다.
이제 기자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내 말을 맘대로 정리해버리는 능력. 엄청난 재능이었다. 기자는 내 답변을 그 자리에서 정리하며 확인시켜 줬다. 기자가 생각하는 모범답안이었다. 부정적이었던 답변은 희망이 반짝이는 말과, 취업대상자들을 위한 조심스런 충고가 되었다. 난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됐다. 인터뷰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둥이에게 줄 수 있을지 모를 일러스트 일감 얘기에나 솔깃해져 헤헤 웃음 흘리는 식이었다.
인터뷰가 활자화 됐다. 내 사진이 신문에 나왔다. 몇 통의 전화도 받았다. 기부를 부탁하는 전화부터 회사 기밀이라 할 수 있는 영업정보를 요구하는 동종업계 지인의 요청도 있었다. 기부는 얼떨결에 한다고 해 버렸고, 정보를 요청한 지인에겐 쓰레기 정보를 줬다. 그 지인, 그 후 연락이 없다. 다행이다.
활자화된 내 정보는 생각보다 널리 퍼졌다. 둥이 외삼촌이 신문 보시고 연락하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널리 퍼지면 뭐하랴. 나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 기자는 원고를 탈고하며 허공에 날려버렸을 컨텐츠인 것을. 만남을 통한 깊이 있는 이해가 중요하지 않았던 자리에서의 대화 끝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난 또 한 번 해치워졌다.
선입견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선입견은 이미 알게 된 정보에 대한 해석인지라 어떻게는 정의, 해석, 가치판단하는 순간부터 선입견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선입견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새로운 해석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 이미 알고 있던 정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열린 마음. 참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선입견 때문에 사람이 아닌 일감이 되어버렸던 나조차 어이 없는 선입견을 가질 뻔 했다.
<열정과 결핍>이라는 인터뷰집을 사례로 들면서 선입견에 대한 얘기를 늘어 놓으려 했던 거다. 인터뷰집이라 대상자의 변명만 잔뜩 써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풍겼다. 당사자들이야 싫어하겠지만 제목을 <변명>이라 지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인터뷰어가 선입견을 가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내 독서력으로는 얼핏 한 번 읽어내린 책 속에서 필자의 선입견을 골라내기는 불가능했다. 인터뷰 대상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질문을 만들어 갔다지만, 얼굴 맞댄 대화를 정해진 질문만으로 끌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가 예상한 대로 답변이 나왔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난 내 경험을 손쉽게 일반화하려 했다. 이게 바로 '과대 일반화의 오류'인가.
반성한다. 리뷰 한 번 이상하게 쓴다고 큰 일이야 나겠냐만, 선입견 때문에 사람 아닌 무엇인가로 취급된 적 있는 내가 이러면 안 된다. 내가 소외당하고 싶지 않은데, 내 혀를 맘대로 놀려 남의 맘 상하게 해서 될 일인가. 얼토당토 않은 정보 만들어내서 될 일인가.
이미 폭력적으로 선입견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앞으로도 받을 거다. 분명 그럴 거다. 나 역시 상처 주며 살아왔다. 한 친구와는 연락이 잘 안 된다. 딱딱한 친구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친구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나를 반성한다.
사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쉽지 않다고 안 살 생각은 없으니, 어렵지만 '어떤 노력'은 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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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취업 성공기'는 내가 회사를 그만둔 지 한 달 쯤 지나 다음(DAUM)의 취업컨텐츠에 등록된 걸로 알고 있다. 다음의 담당자는 등록 직전 확인차 전화를 했고,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당황한 담당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래도 성공한 사례잖아요.'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인터뷰의 재사용을 부탁했다. 다른 사례를 찾기엔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 통사정을 하는데 거절할 수야 있나. 저작권이 나한테 있는 것도 아니지만, 뭐 굳이 쓰려면 쓰시라고 얘기했다. 그 사람이나 나나 그 인터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은 얼른 올릴 컨텐츠 하나를 확보하는 게 퇴근을 앞당기는 길이었을 거고, 난 아예 그 업계를 떠난 마당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올라갔는지 안 올라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어달 전 친구가 엉뚱한 얘기를 했다. 그 인터뷰가 자기 조카가 보는 어린이 잡지에 실렸다는 거다. 친구의 올케언니가 출신학교를 보고 친구에게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더랬다. (저 그 때 결혼식에서 보셨잖아요~) 허허... 다음에서는 확인전화라도 했는데...
'원 소스 멀티 유즈' 라는 구호 아래 내 인터뷰는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인터뷰 당사자와 저작권자 모두가 버린 컨텐츠가 이름 모를 이들의 손을 타고 표류하고 있다. 중요한 건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러려니 하는 믿음이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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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니
2006/08/11 14:21
2006/08/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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