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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2   엄마 친구 아들 (7)


엄마 친구 아들
생활 | 2006/05/22 22:52
2006/05/22 22:52 2006/05/22 22:52
   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다.  다 잘난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인물, 학력, 직장, 성격, 재력 등의 미덕을 모두 평균 이상으로 갖춘 이들은 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각자 제멋에 사는 세상이니까.
  슈퍼맨, 원더우먼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은 외계인이다. 괜히 따라할 필요 있겠는가. 지구인들끼리 잘 살아 보자는 마음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난 사람이 '엄마 친구 아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엄마 친구 아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온전히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엄마의 강압적 행동의 이유가 된 '엄마 친구 아들'이 사실 허상이라는 것을 알던 모르던, 아들의 속은 까맣게 탄다.
  엄마의 한마디는 가슴을 꿰뚫고, 가슴 속 자괴감을 폭발시켜 아들을 우울의 우물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말은 행동과 동행할 때가 많아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제제가 가해질 수도 있으니 이때쯤이면 허상이든 뭐든 상관 없다. 어쨌든 고통은 찾아올지니, 엄마 친구 아들은 차라리... 몬스터다. 언제나 통장 잔고 이상으로 나오는 카드 고지서다.

  사람의 아들만 괴로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요즘 영문도 모른 채 먹이가 줄어들어 배고파 우는 바람이의 처지가 딱 그러하다.


  이 블로그에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고양이가 있다. Rock 이 되었다가 樂 이 되기도 하는 그 이름 유려한 '락'이다.(락이 동거인이 블로그의 광범위한 공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에 이 포스트에는 링크 하지 않는다.)
  락이는 카리스마 있는 페르시안 친칠라 종의 고양이다. 동네에 사는 순이형과 같이 산다. 바람이보다 두 달 정도 먼저 태어나서 여러 모로 바람이와 많이 비교되곤 한다. 또래의 비극이라고나 할까. 바람이에게 락이는 '엄마 친구 아들'이다.

  두어 달 전, 락이가 털을 깎았다. 길었던 털을 자르고 보니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본격적인 비교가 시작됐다. 바람이의 축 늘어진 뱃살의 반도 안 돼 보이는 탄탄한 배의 곡선은 그야말로 매력적이었다. 기다란 털에 가렸던 날렵한 몸매는 바람이 엄마의 '어떤 욕망'을 자극했다.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매우 짧은 기간 동안) 바람이의 밥은 반으로 줄었다. 바람이는 울었다. 배가 고파 울었다. 적량 이상으로 주고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표준'이라는 것 또한 허상이 아닌가. 자기만의 표준량에 훨씬 못 미치는 밥을 먹는 바람이는, 오늘도 운다.
  물론 바람이의 배는 슬며시 올라붙었다.(바짝 올라붙었다.) 전체적으로도 조금씩 살이 빠졌다.(바싹 말랐다.) 괄호 안의 글은 내 주관적인 심정이다. 아~ 너무도 안쓰러워서 도저히 객관적인 시각만으로 바람이의 처절한 다이어트 과정을 쓸 수 없다.
  엄마 친구 아들인 락이의 아름다운 몸매 덕분에 바람이도 탄력 있는 몸매를 찾아가는 중이다. 바람이는 모를 거다. 이유도 모른채 그저 밥 주는 우리만 원망 하고 있겠지. 그래서 울고 또 우는 것일 게다. 엄마 친구 아들의 존재는 참으로 비극적이다.

  친구 망고의 블로그에서 락이에 대한 순이형의 코멘트를 봤다. 락이의 육묘(育猫) 모델이 바람이라고 했다. 도도한 나머지 사람의 조언, 권고, 명령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락이는 곱게 자랐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락이도 바람이 처럼 꽤나 매를 맞는다.
  난 바람이가 사람을 물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밥상이나 책상에 올라가면 아주 따끔하게 혼을 냈다. 참 많이도 때렸다. 요즘은 서로 육탄공세를 펼칠 일이 별로 없다. 바람이가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잘 알게 되었고, 되도록 안 하려 한다. 순이형은 이런 식의 관계를 원한 것 같다.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친절하고 상냥한 고양이와 같이 살고 싶었던 것 같다.

  비극은 돌고 도니, 락이에게 바람이는 '엄마 친구 아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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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너무 폭력적이라고?워~워~ 오해는 마시라. 순이형이나 나나 모두 고양이를 끔찍하게 아낀다. 말과 글이 고양이와의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없어 매를든다는 게 안타깝다. 그래도 고양이가 죽자사자 자기의 영역을 지키려 하듯, 사람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생활의 영역이 있는 거다.일례로 '나는 짐승과 절대 겸상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있다. 나 역시 고양이의 영역을 최대한 지켜주려 하는데 이정도 요구를하는 게 불공평하다면, 오히려 내가 속상할 거다. 난 고양이의 하인이 되기는 싫다.

  ■ 구약 시대, 아담과 이브의 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했다. 신이 동생 아벨의 제물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둘은 비교의 대상이었다. 카인에게 아벨의 존재는 그 자체로 비극이었다. 편견과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 세상에서 비교 대상은 곧 살해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양이들이 카인과 같은 시기와 질투를 못 느낀다는 게 감사하다.


  ■ 바람이에게 락이의 멋진 털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가발을 씌우지는 않을 거다. 아마 땀띠 날 거다. 웃기기도 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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