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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6   닮은 그들. 우린 무엇을 위해 벗나 (3)


닮은 그들. 우린 무엇을 위해 벗나
주장/사회와 문화 | 2006/04/26 22:57
2006/04/26 22:57 2006/04/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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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닮은 걸 찾아보자.
  남자, 연예인, 근육질의 몸매, 시선의 방향, 카메라 앵글, 잘 구워진(-_-) 피부, 목걸이 ...

  더 있다. 청바지, 그리고 캘빈클라인 팬티.
  마지막으로... 둘 다 웃통 깠다. 훌렁 벗은 상반신이 조각 같다.

  상반신을 노출하는 건 일종의 금기다. 윗옷을 벗고 있다는 게 죄는 아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벗어대면 여고 앞 바바리맨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아래옷 벗는 것만 하랴만 상반신 노출도 성적 금기와 연관되어 있다. 맨살은 성욕과 맞닿아 있다.
  옛 중국에서는 여성의 맨발이 성적 코드였다. 쉬이 누구에게 맨발을 보여주지도 않거니와 보여줄 만한 상황이라면 어느정도 관계가 깊어졌을 때였으리라. 지금도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성들의 신체 노출을 금기로 여긴다. 지금 한국에서도 남녀를 불문하고 용기 있는 이들이 맨살을 드러낸다.
 
  팬티의 노출은 지금도 금기다. 운동용 전문제품이 아닌 이상 팬티는 숨겨야 하는 것이다. 바지 위로 팬티가 보이면 '바지가 내려갔거나' '팬티가 올라간' 경우다. 칠칠맞다는 소리 안 들으려면 얼른 바지와 팬티를 추스려야 한다.


  위의 두 사람, 신성우 씨와 정태우 씨는 몸을 노출 했다. 그러면서 금기를 깼다.

  금기를 깨는 행동은 의미 있다. 애초 금기라는 게 사회가 형성되고 변화하며 지속되면서 하나씩 생기는 행위규범이다. 이 규범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 된다. 금기에는 사회의 작동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기존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려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금기를 깨려 한다.
  성적 금기를 깬 예로는 유럽의 68 운동이 있다. 이를 폄하하는 보수주의적 시각에서는 68 세대들의 자유로운 성의식을 도덕적 타락으로 여겼다. 실제 68 세대 중에는 프리섹스를 외치며 가족 만들기를 거부한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한 건 말초적 쾌락의  추구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외친 것은 성욕이라는 본능 억제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국가 권력에 대한 불만이었다. 사회 구조의 기반을 이루는 가족제도에 대한 의심과 부정이었다.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의 가족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성적 금기만을 깬 건 아니지만, 68 세대들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로 보수적이던 유럽은 정말 많이 변했다.

   다시 신성우 씨와 정태우 씨의 노출을 얘기해보자. 그 강도는 약할지라도 이들의 노출은 분명히 금기를 깬 행동이다. 조금씩 깨지고 있는 금기에 잽 한 번 정도는 날린 셈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노출은 금기를 깨서 뭘 하겠다는 걸까?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방송연예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가장 클 것이다. 정태우 씨의 경우, 앳된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지만 아직 장난기 머금은 마스크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몸짱이 되길 시도했을 거다. 신성우 씨의 경우는 뭇 여성들의 오빠에서 어느새 아저씨가 된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배를 담고 골을 팠을 거다.

  시장가치의 증대가 그들이 옷을 벗은 이유라면 금기 깨기의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들의 행동에는 자본의 힘이 작용한 거다. 설령 개인적인 의도가 다를지라도 이들의 등장에는 자본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우선 캘빈클라인 팬티. BYC, 트라이 팬티도 좋지만, 캘빈클라인 정도는 입어줘야 팬티라인을 자랑스레 보여줄 수 있다. 벗은 윗몸은 어떠한가. 적당히 두툼한 가슴근육과 멋지게 갈라진 복근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예전에야 단련된 몸을 보면 태권도 같은 격투기가 떠올랐지만, 이젠 헬스클럽에서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생각난다.
  이제 벗으려면 돈이 든다. 좋은 속옷과 괜찮은 헬스 트레이닝 서비스를 소비해야 한다.

  이렇게 금기 깨기를 소비의 욕망과 결부시킨 결과로 새로운 금기가 만들어졌다.
  '당신의 멋진 몸을 보여줘라.'
  '보여줄 만한 게 없으면 벗지 말아라.' 라는 말이 된다.
  이 금기는 예전의 노출과 성에 대한 금기를 현대적으로 재생산한 것일 뿐이다. 금기를 깼을 때의 짜릿함이 소비의 쾌감과 결합해서 새로운 형태의 소비행태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금기 깨기에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의식이 행동을 유도한다지만, 거꾸로 많은 경우엔 행동하다보니 생각이 바뀐다. 어쨌든 새로운 것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는 있으니까.
  그래도 조심해야하긴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해방'도 상품화 한다. 체게바라의 티셔츠가 전세계로 팔려나가지 않았는가. 넋 놓고 있다간 현란한 마케팅에 휘둘려 어설프게 바지 내리고 '내 빤쭈 어때' 라며 자랑하고 다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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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두 사진 모두에서 캘빈클라인 상표가 드러나는 바람에 캘빈클라인 한국지사의 마케팅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캘빈클라인 측에서는 의도적으로 두 연예인 화보에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킨 건 아닌 것 같다. 정태우 씨가 어느 행사장에서 팬들에게 상반신을 보여주는 사진에서는 팬티에 다른 상표가 찍혀 있었다.

■  꽤나 오래 전, 일본에서 여성들이 팬티 라인을 바지 위로 보여주는 패션이 잠깐 유행했었다고 한다. 스포츠 신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여자의 청바지 위로 하얀 팬티의 끈이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예전에 박지윤 씨가 '난 이제 소녀가 아니에요~' 노래 부르며 입었던 스타일이었다. 기사에는 팬티 노출 패션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 팬티의 상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거기나 여기나 빤쭈에 금테 안 두르면 민망하긴 마찬가진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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