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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7   난 공놀이가 좋다 (5)


난 공놀이가 좋다
생활 | 2006/03/27 16:46
2006/03/27 16:46 2006/03/27 16:46
   어릴적 부터 난 공놀이를 좋아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하는 축구로 시간 가는줄 몰랐고, 동생과 단 둘이서 놀아야 할 때도 투수와 타자를 번갈아 하며 야구를 즐겼다.
  중학생 때엔 제기차기랑 술래잡기를 좋아했지만, 당시 우리의 제기차기는 전통의 그것이 아니라 제기축구였다. 친구들끼리 만들어낸 신종 놀이였다. 공 대신 제기를 사용한 페널티킥 쯤 되는 놀이였다. 2학년 때부터 탁구도 배웠고 열심히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농구를 시작했고, 3년 내내 농구공을 끼고 살았다. 당시 <마지막 승부>와 <슬램덩크>의 영향으로 동네 문방구에서 농구공이 품절되는 일도 있었는데, 거기 내가 한 몫 했다. 1,2학년 땐 일요일마다 교회 친구들과 탁구장으로 달려갔다.
  대학교 와서도 나의 공놀이는 계속됐다. 농구는 꾸준히 즐겼고, 테니스를 배우고 난 뒤 한참을 테니스에 빠져 있었다. 테니스는 직장 다니면서 사내 동호회 활동도 했다.
  그러고보면, 남들 다 했다는 군대축구와 당구만 빼고 유행했던 구기운동은 한번 쯤 다 열광적으로 해봤다.(군 시절엔 남들 놀 때 일을 해야 하는 보직에 있어서 축구는 두 번 정도 해본 것 같다.)

  언젠가 부터 한국에 마라톤 열풍이 불었다. 뛰다보면 마라톤이 즐거운 수많은 이유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픽픽 죽어 나간다는 마라톤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자가 몰리는 걸 보면, 참 재미있나보다. 혹자는 달리기는 호모 에렉투스(직립 인간)의 원초적 기억이라고도 한다. 그 재미 혹은 기억 때문에 친구 창수도 곧 하프 마라톤을 뛴다며 매일 저녁 회사 근처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린다.
  그런데 난 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를 하지 않을 거다. 첫번째 이유는 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양쪽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 판정을 받고나니 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가 확 줄어버렸다. 달리기, 장거리 등산은 내 무릎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달리기를 안 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달리기는 재미 없다.
 
  나는 호모 파빌리스(도구의 인간)의 추억을 떠올리나보다. 난 공놀이가 좋다.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의 손 맛, 발 맛이 참 좋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1학년 어느날 방과 후 선배들과 같이 한 농구시합에서 던진 사이드 뱅크슛 두 개를 기억한다.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 근처에서 던져넣은 훅슛을 기억한다. 내 몸엔 수 년 전 통쾌하게 날렸던 포핸드 스트로크의 감촉이 남아있다.(친구 망고의 코트를 향해 날렸던 스트로크. 덕분에 허리를 다쳐 하루 종일 걷기 힘들었다.)
  그 무엇보다 좋은 건, 공 하나의 움직임에 그리도 호들갑 떠는 참가자들의 표정이다. 경기장의 열기는 한 사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다양한 표정들과 열기의 진원지는 참가자 각자의 몸이다. 몸의 움직임이 공으로 전달되고 공은 다른 몸의 움직임을 이끈다. 내가 너를 움직이고 또 너의 움직임이 나를 이끄는 것. 이런 상호작용 속에서 구기운동의 재미가 터져나온다.

  이처럼 좋아하는 공놀이지만, 다 할 수는 없다. 무릎 때문이다. 농구와 테니스는 무릎에 독약이다. 의사는 농구나 테니스 대신 수영이나 싸이클을 하라고 했다. 수영은 내 귀를 진단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하지 말래서 일단 패스.(사실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싸이클은 서울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헬스클럽의 고정자전거가 있기는 하다. 무척 지루한 자전거.) 이래저래 할 게 없어서 시작한 변형된 구기운동, 배드민턴. 안타깝게도 배드민턴을 치다가 허리를 다쳤다. 배드민턴이 격렬한 전신운동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정말 할 게 없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닳아버린 무릎 연골이 재생되기를 바라기는 힘들지만, 일단 허리를 치료하고 나서 다시 구기운동을 시작할거다. 우선은 탁구. 친한 동생 박샤, 찬이 커플과 가끔씩 탁구를 칠 계획이다. 신림동의 고수 익타이와의 시합도 기획중이다. 농구도 할 거다.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외곽 슈팅만 할 생각이다. 시합은 뛸 수 없을 거다. 할 수 없다. 할 수 있을 만큼만 한다. 난 구기운동을 계속 할거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골프로 가든, 게이트볼로 가든, 나는 아마 구기운동을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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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여의도에서 거냉이와 인라인을 타기로 했다. 구기운동은 아니지만, 일단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시작할 생각이다. 발바닥에 둥근(球 구) 장치(技 기) 달고 하니 구기운동이라 스스로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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