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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2006/06/02 23:30
2006/06/02 23:30 2006/06/02 23:30
   그때 까지는 괜찮았다. 순식간에 나가버리긴 했지만 금방 돌아올 수도 있었고, 원래 스스로 나갈 때 까지만 같이 살자는 생각을 한 적도 있기에 비교적 덤덤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던 건 바람이가 집을 찾을 수 있게 집 주변에 놓아둔 사료를 다른 고양이가 먹는 것을 봤을 때 까지였다.

  내가 '바위'라고 이름 지어 줬던 동네 고양이가 바람이의 길 안내를 해 줄 사료를 먹고 있을 때였다. 고양이의 검은 몸에 바람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헨젤이 애써 뿌린 빵가루를 먹는 새를 탓하는 건 바보같은 짓일 지 모른다. 하지만, 나랑 별 상관 없는 검은 고양이가 바람이, 우리 바람이가 먹어야 했을 그 먹이를 슬글슬금 먹는 모습을 봤다. 나는 냉정해질 수 없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뒤통수가 뜨거워졌다.
  열기. 어느새 내 몸 속에 피어난 뜨거움이었다.

  그건 바람이가 먹어야 할 음식이다. 혹시 방향 몰라 방황할지 모를 바람이를 이끌어줄 등대 같은 사료다. 우리가 다이어트 시킨다며 조금씩 밖에 주지 않아 언제나 더 먹고 싶어하던 바람이 밥이다.
  바람이는 자기 밥을 좋아했다.
  까득까득 사료 씹는 소리가 귀에 선하다.
  그렁 그렁 그르릉 밥 먹어 기분 좋다며 지 배를 울리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느새 열기는 뒤통수를 지나 눈으로 왔다. 눈이 뜨거웠다. 무척 피곤했을 때 같이 눈이 뜨거웠다.

  열기가 지나간 내 몸은 이제 미열만 남아 노곤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온갖 걱정이 떠오르지만, 애써 그 이미지를 흐려버린다.

  노트북 키보드 까지 뜨겁다. 제기랄.

  바람아 돌아와라.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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