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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기계발서를 멀리 하는 이유.
생활 | 2006/07/05 23:59
2006/07/05 23:59 2006/07/05 23:59
   IMF 이후 출판시장에서는 자기계발서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살아남아라' 라는 처절한 명제를 가슴 속에 품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자기계발서가 딱이었다. 오래된 책들이긴 하지만 언뜻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내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침형 인간>,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등 다 써내려 가기 힘들다. 요즘도 자기계발서은 잘 팔린다.

  많은 이들이 읽는다지만, 난 자기계발서를 멀리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1. 화법이 직설적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제목에서부터 '~해라'라고 강요한다. 책 한 권에 내가 무언가 해야할 것 투성이다.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그 명령이 싫다. 괜히 불쾌해질 때가 있다.

   2. 요점정리로는 승부할 수 없다.
  자기계발서는 개인의 활동에 대한 요점정리라고 할 수 있다. 요점정리의 효용은 안다. 하지만 요점정리 노트만으로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은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 뭐든 그렇다지만,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요점정리로는 그 흐름을 읽기 힘들다. 요점정리노트 보는시간에 기초이론서 한 쳅터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특히나 나처럼 기초 공부가 부족한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요즘 인문/사회과학서와 소설을 읽는다.

  3. 위험을 상품화 한다.
  팍팍한 세상이라는 거, 나도 잘 안다. 책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강조할 필요없다. 생각지 못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도 있지만, 많은 책들이 위험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며 자신의 주장을 돋보이게 하려 한다. 책에 나온 대로 살지 않으면, 이책에 있는 정보를 모르면, 당신은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난무한다. 정말 싫다.

  4.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위험과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개인과 사회라는 구도에서, 분명 그 원인에는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사회적 원인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고  개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서 얘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건 어쨌든 자기 몸 하나는 건사해야 하지 않겠냐는 충고들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은 거다. 개별 행동이 시스템에 주는 영향에 대한 설명은 거의 전무하다.
  물론 이 사회를 개인이 어찌 하기는 어렵다. 또한, 넓은 관점에서 사회를 조망하는 인문사회과학서와 개인의 최적화된 행동에 초점을 맞춘 자기계발서는 분명 다른 종류의 책이다. 무엇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원래 쓰임새가 다른 거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만을 탐독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책 속의 주장들은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자기 자신에게만 전가하게 조장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힘든 이유는 그 개인에게만 있는 건 아닌데도, 자기계발서에는 개인이 초래하는 위험과 실패의 원인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 잘못이 아닌 부분에서도, 누가 자꾸 열심히 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만 하면 기분 나쁘다. 내가 이런 책을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자기계발서들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돈 만원으로 그만큼의 동기부여를 받기도 힘들다. 요약된 정보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그래도, 정말 바쁘지 않으면, 정말 다급해지지 않으면 이런 책을 안 읽을 생각이다.
─────────────────────────────────────────
■ 어찌 어찌 받은 경제경영서들이(자기계발서 포함) 꽤 많이 있다. 헌책방에 팔아버릴까 생각한 지도 수 개월이 지났다. 들고 가는 것도 귀찮다. 이런 책 팔릴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책들 생각하니 내가 이런 책을 안 읽는 이유들이 마구 떠올랐다! 대충 정리하니 네 가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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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06/07/06 09:34 L R X
심심풀이삼아 읽어보면 꽤 재밌던데. 거리를 두고, 몰입하지 말고.
그런 책이 팔린다는 걸 거꾸로 생각해보면 사람들 생각도 유추해볼 수 있고 말이지.
아.. 그래도 사서볼건 못되는게 맞다. ^^
또니 2006/07/06 13:38 L X
맞다. 왠만하면 사서 볼 건 아니다.
재순 2006/07/07 21:35 L R X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
맘에 드는 말이다.

넌 정말 무언가를 잘 집어낼줄 아는구나.
또니 2006/07/09 09:28 L X
1년 쯤 전에 회사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인턴제에 대해 얘기하면서 저에게 인턴제의 장단점을 묻더군요. 저도 인턴쉽을 통해 입사했었거든요. 선배들은 공채입사자들이라 직접 경험하지는 못해서 궁금했나봐요. 그 중 한 선배는 인턴사원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구요.

제가 단점을 얘기하던 중 어쨌든 인턴사원 중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는 게 좀 안타깝다는 얘기를 했지요. 경쟁사회를 극도로 축약한 모습이라는 얘기를 했지요. 어차피 모두 끝까지 갈 수는 없다는 걸 모두에게, 한 두 달 새에, 몸소 보여주는 게 인턴쉽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요.

그러자 한 선배가 언짢은 목소리로 그건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무슨 얘긴지는 알았지요. 언제나 자원은 유한했고 사람들의 욕망은 그보다 컸다는 것도 알지요. 누구는 배부르고, 다른 누군가는 배고플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알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의 이유가 전적으로 자신감 같은 개인의 태도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실업이 구조화된다는 건 이미 상식이 아닌가요. 부익부 빈익빈이 왠만한 사람들이라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고리라는 것 역시 상식이잖아요. 인턴제가 가진 비인간성도 다들 아는 거잖아요. 취업자가 자신의 역량을 한껏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더욱 정확한 평가를 위해 취업자의 시간과 노력을 담보로 잡는다는 걸 말하잖아요.

그 선배도 저랑 같은 부서에 있을 때 힘들다, 어렵다, 못 하겠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인데, 자신감 운운 하는 걸 보니 좀 웃기기도 하더라구요.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죠. 다만 구조는 보지 못하고 아둥바둥하다 덜컥 칼날이 목에 들어올 때 눈물 쏟으며 분노하는 게 싫다는 거죠. 먹고 사는 는 건 절대 하찮은 일이 아니니 어디든 발은 담그기는 하지만, 그게 바닷물인지 개울물인지 똥물인지 된장 탄 물이지 정도는 알아야 하잖아요. 미리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다들 알면서 애써 잊으려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도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피하려 하고 잊으려 하는 것 같아요. 자기 힘으로 안 될 것 같은 일을 고민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소설과 인문서보다 경제경영서를 더 좋아하는 것 같구요. 일종의 마약복용처럼.
자신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라는 그 선배야말로 정말로 자신감 없이 헤메는 소시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 회사에서 경제경영서 시장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시장조사를 하면서 그 분야의 서적이 올리는 놀라운 수익에만 집중하느라 괜히 그쪽 책들이 좋았었는데,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많이 싫어졌지요. 겪어보니 알겠더라구요. 책임은 언제나 개인에게 있다는 걸. 회사가 못난 것도 사실 개인들이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는 걸. 그래서 언제나 개인은 슬프다는 걸.
재순 2006/07/11 13:30 L X
요새는 최고의 인재를 뽑아야한다가 아니라 최적의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그 회사에 맞는 사람이라는 뜻이거든. 물론 그사람이 하는 일과도 맞아야 하고. 아무리 인턴이라고 해도 '자신감' '능력의 우열'을 논한다는 좀 섣부른 이야기가 아닐까...

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것도 경쟁사회에서는 나름대로 능력이고 우열이라고 말할 수있겠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회사들도 이젠 죄과를 치르고 있어.
사람들이 예전처럼 한 직장에 충성하며 근무해주지 않거든. 현재 다니는 회사의 가치가 좀 아니다 싶으면 쉽게 다른 회사로 옮겨버리지. 옮기려고 노력하지. 옮기고 싶어하지. 그러면서 발생하는 회사 내부의 손실이라는게 무시할수있는 수준이 아냐.

결국은 '최고의 인재' '능력있는 사람' 운운하면서 직원들을 쉬이 내몰고 풍부한 노동시장의 혜택을 누린다고 착각했던 회사들도 일 할만한 사람들은 이내 나가버린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버렸어. 그래서 리텐션 프로그램이니 헤드헌팅이니 하면서 비용이 증가했지. 일못하는 사람만 내보내고, 일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몇이나 될까.. 자신할 수 있겠어?

결국. 뿌린대로 거두는 법이야.

- .淳.
mango 2006/07/09 09:43 L R X
내가 본 세상에서 제일 긴 코멘트
mango 2006/07/09 12:24 L R X
닭장안의 닭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요?
또니 2006/07/09 23:21 L X
BARAKA 의 병아리 선별기와 지하철 씬이 생각난다.
매 순간 치열하게 사는 그들. 삶이 소중하다면 그들의 순간순간의 생각과 행동도 소중하겠지. 다만 스스로 그들이 속한 틀을 깨기는 어렵겠지만...
재석 2006/07/17 23:24 L R X
바라카 스펠 틀린듯..ㅎㅎ
민규형 바라카 DVD 빌려주세요..
아님 인코딩해서 구워주세요..두장으로.ㅎㅎ
또니 2006/07/18 01:59 L X
그려? Baraka 맞는 거 같은디...
재석 2006/07/19 01:40 L R X
barakah...
망고 2006/07/19 18:15 L X
엉? BARAKA던데 ㅡㅡ;
재석 2006/07/21 23:09 L R X
엇 그렇네요..타이틀 제목에는 h가 없군요...
이슬람 용어에는 H가 붙어 있던데..흐으...
뜬구름 2006/08/03 22:17 L R X
나 대학교 4학년때... 이력서와 퇴짜의 무한순환에 시달리다가
어느날(내 주위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까지 겹쳐) 울컥! 하면서
'나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라는 책을 샀었지.
근데 한번 읽고 다시는 손도 안댔어. 지금 생각해도 잘못 산 책 같어.
물론 자기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등감을 팔아먹고 사는 책들, 참 꼴보기 싫더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써주었네.
게다가 짧지도 않게... 그 글쓰기가 부러울 따름!
또니 2006/08/11 13:26 L X
나에게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아자!
칭찬 감사~ ^^
lxwdnsah 2012/05/07 03:31 L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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