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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음악 CD 찾기
생활 | 2006/04/05 23:59
2006/04/05 23:59 2006/04/0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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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비오던 날. 나는 감정의 목마름을 느꼈다. 새로울 것도 없었다. 요즘 자주 느끼는 저릿거림이었다. 이럴 땐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난 그 새로운 것이 무언가 라는 고민에 빠졌다.
 
  답은 금방 나왔다. 책과 음악CD. 고민하기도 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옥수수빵파랑>이라는 책을 사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고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게 저렴하니 나중에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기로 했다. CD는 그냥 다음에 보기로 했다. 특별히 찍어둔 CD도 없었으니까.

  얼마 후. 대책 없이 홍대 앞 모 레코드 가게로 갔다.(가게 이름을 잊어먹었다. -_-;) 졸린 눈을 껌뻑이는 사장님에게 대뜸 내가 원하는 음악 골라달라고 했다.

  내 주문은 대충 "보컬 없는 연주 음악으로서 관악 편성이 없는, 현악기 위주로 음의 밀도가 전반적으로 옅은, 봄에 어울리는 상쾌한 음악" 이었다. 사장님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나를 골라주셨다. CD 자켓을 딱 보니 클래식의 현악 실내악 편성 재즈였다. 난 찰현악기를 원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다른 앨범들을 찾으셨고, 난 월드뮤직도 괜찮다고 주문을 추가했다.
  한 장 한 장 고르는 동안 대화가 계속됐다.

  "과격한 건 싫으시죠?"
  "한 두 곡 듣는 건 괜찮은데 앨범 통째로 들으려면 너무 힘들어서요."

  "이건 어때요?"
  "뭐 사장님이 골라주시는 대로 사야죠. 저는 자켓 밖에 볼 수 없는데요."
  "오~ 아녜요. 이 장사 오래 하다 보니 외국 앨범들은 자켓이랑 음악 느낌이 딱 맞더라구요. 자켓 디자인에 돈을 많이 써요. 자켓 보시고 판단해도 괜찮아요."
 
  "이건 이란인들이 연주한 재즈인데, 독특하죠"
  "음... 일단 후보에 추가하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고른 구입 후보 CD가 네 장. 갑자기 사장님이 아! 하고 외치더니 허겁지겁 한 CD를 꺼내오시는 거다. <SPAIN>이라는 라틴 재즈였다.

  "이거 이거 아주 괜찮아요. 퍼포먼스가 엄청나죠. 기타랑 피아노 둘 밖에 없는데, 뭐랄까... 그... 그..."
  "공간을 채워주는 느낌..인가요"
  "아! 맞아요.. 이거, 좋~아요."

  상기된 얼굴로 팔을 휘휘 저어가며 강력 추천한 CD. 난 그 CD로 결정했다.

  가게를 나서는데 기분이 좋았다. 손에 들린 CD가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모를 일이었지만, 기대할만 하다는 생각을 하며 즐거워했다. 나는 사장님을 믿었다. 좋은 음악을 추천해줄 수 있을 거라는 신뢰는 오래 전부터 싹터왔다. 음악 꽤나 한다는 이들이 들락거리는 거리에서 오랬동안 가게를 운영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감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들었던 음악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근래 내가 CD를 살 때는 모두 인터넷에 실린 리뷰를 참고했다. 비싼 CD 샀는 데 실패하면 속 쓰리니까. 그런데 인터넷 판매사이트나 동호회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리뷰 읽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피곤할 때도 많았다. 리뷰어의 수준이나 취향을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라 점점 판단하기 힘들 때도 있었다. 결국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거나 괜찮은 리뷰어를 찾고 그가 추천하는 걸 찜해뒀다.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번 CD를 사면서 난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했다. 풍성한 대화만으로도 즐거웠고 이번에 사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가는 분야를 넓힐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질문과 답변은 실시간으로 이뤄졌고, 구매도 순식간이었다. CD를 들고 친구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어떤 CD인지 알어보던 중 디지팩(뭔지 모르겠다.)으로 출시된 같은 CD의 할인된 가격이 3,500원 정도 싸다는 걸 확인하고 잠깐 속이 쓰렸지만, 순간일 뿐이었다. 그 가게 사장님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평생 접하지 못했을 CD였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판매점들의 할인 정책으로 동네 레코드 가게들이 어렵다고들 한다. 엄청난 양의 리뷰들이 제품 선택에 도움을 준다고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 판매점에서는 홍대 앞 그 가게에서의 정겨운 대화를 찾기 힘들다. 너무 많은 정보는 구매자를 질리게 한다.
  
  이번 CD, 듣고 보니 더 괜찮다. 구매 과정도 즐거웠고, 그 결과도 훌륭하다. 이래저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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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순 2006/04/06 00:10 L R X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라는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을거다.

- 재순.
또니 2006/04/06 00:17 L X
대화를 통해 원하는 걸 얻었죠.
서로 대화하면서 뭔가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더라구요.
eriel 2006/04/06 11:54 L R X
안녕하세요
정말 좋은 방법으로 CD 구입 하신것 같네요.
저도 저런대화를 나누면서 CD를 살수있다면 돈없어도 한두장씩 사서 듣고싶네요
저 앨범도 한번 들어보고싶습니다 :)
또니 2006/04/07 12:43 L X
시간 나면 이 앨범에 대한 간략한 리뷰를 쓸 생각입니다. 한 곡 정도 소개도 하구요. 리뷰 작성 후 eriel 님의 블로그에 알려드리지요.
망고 2006/04/06 19:03 L R X
쇼핑은 발품을 팔아야 맛. ㅋㅋ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것도 무시할 수 없지.
넌 CD만 산 것이 아니라 가게주인과 관계도 함께 산 거라고 생각해 :)
관계! 커뮤니케이션! 인간!
재석 2006/04/13 11:42 L R X
다리 품 팔아 산 시디가 최고입니다...
그건 죽을 때까지 시디 쟈켓 볼때마다 생각날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앨범은 하늘에서 내리는 거'라고 한적이 있었죠.....ㅋㅋ
담에 저도 빌려주세요~ㅎㅎ
또니 2006/04/13 15:52 L X
하늘에서 내리는 거라...
하긴... 음악과 사람, 이 관계도 인연이니까...

재석 놀러 오셔셔... 놀러 오면 빌려줌세..
망고 2006/04/13 22:25 L X
그리하야 재석은 앨범을 사러 온 유럽을 돌아다녔다던가 뭐라던가 ㅋㅋ
재석 2006/04/13 23:04 L X
그들이 방한하지 않으니
직접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
사실...
첨엔 망설였지만 한장 사게 되니
계속 사게 되었지요...
각 국의 음반 매장 탐방 정도에서 끝낼려고 했는데
대략 12장 정도 산걸로...ㅎㅎ
재순 2006/05/21 16:18 L R X
스페인 잘듣고 있어.
꽤나 멋지다. 이런 음반을 그런식으로 찾아내다니.. 멋져요.
또니 2006/05/23 02:21 L X
형이 좋아할거라고 생각했죠. 바로크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현악기, 특히 기타 처럼 현을 튕기는 소리를 좋아할 것 같았지요. <바우>도 비슷한 느낌일 거예요. 좀 더 느린 템포에 다른 방식으로 서정적이기는 하지만....

근데, 양방언 <ONLY HEAVEN KNOWS>는 어때요? 이건 약간 다른 건데...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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