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둥이는 지난 10월 중순 스페인으로 떠났다. 이제 스페인에서의 경험과 생각들을 하나씩 쏟아내려고 한다. 그럼 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는지부터 얘기해야겠다.
이제 와서 떠올리려고 하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진짜 이유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막연히 떠오르는 걸 정리하자면 몇 가지 있긴 하다. 우선 목적지가 스페인이 된 이유!
첫째, 둥이가 4년 전 유럽여행을 하면서 스페인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가 보지는 못해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둘째, 언젠가 건축에 관심이 있어서 보게 된 책이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책이었다. 바르셀로나에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셋쩨, 올 봄에 우연찮게 음반가게 아저씨에게 추천을 받은 CD의 타이틀이 SPAIN 이었다. 한 반 년동안 줄창 들었다. CD 꺼내 듣느라 SPAIN이란 말을 입에 자주 올리게 된 것도 이유라면 이유랄까.
뭐, 따지고 보니 별 거 없다. 목적지가 스페인이든 어디든 상관 없었을 거다. 아마 해외여행이란 걸 하게 된 이유가 중요할 것 같다. 사실 재무적인 관점에서 그 시점에 둥이와 내가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과감히 인도펀드에 투자하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다.(-_-;) 아니면 전세대란을 대비해서 전세금 올릴 준비를 착실히 했어야 했겠지. 하지만! 우리는 떠났다. 왜? 몇 가지 이유가 있으니 또 한 번 정리해볼까.
첫째, 둥이는 틈만 나면 해외로 여행 가고싶어 했다. 둘째, 4년 전의 유럽여행을 통해 둥이가 얻은 게 많았다. 둥이는 유럽이든 어디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게 삶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얘기를 듣다보니 해외여행이라는 거 한 번 다녀올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이 때 아니면 언제 길게 여행 다녀오겠냐는 생각이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환갑이 다 돼서야 해외여행 갔다올 것 같은 위기감 같은 게 있었다. 넷째, 막연한 오기도 있었다. 나도 못 갈 거 없다는 생각과 이것 저것 따지다보면 아무 것도 못 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과감히, 그러니까 별 생각 없이 여행을 결정했다. 다섯째, 우리 둘이 여행 가면 무척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집 구석에 콕 박혀있어도 깨가 쏟아지는데, 해외로 나가면 아예 참기름집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보인다. 둥이와 나 사이에 주고 받는 사랑과 믿음. 이거다.
넉넉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기가 느꼈던 경이로운 세상을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둥이의 마음 없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둥이와 같이 있으면 어디 가든 좋을 거라는 생각도 사랑 때문이었겠지.
부러운가? 부러워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리의 러브러브 스페인 여행 얘기 한 번 들어 보시라. 부드럽고 달콤한 사랑 얘기와 함께 날카롭고 차갑고 때론 격렬하고 선동적인 얘기까지, 다채로운 글과 사진들이 기다리고 있다. 목차는 엑셀로 산뜻하게 정리해뒀다. 글만 쓰면 된다.
이제 또니와 함께 하는 스페인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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